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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이 말하는 마음이란

by 견학생 2023. 7. 28.

마음의 재개념화

마음 개념을 이렇게 재개념화하는 것은 인지과학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공학을 비롯한 주변 학문 및 실제 응용 분야에 상당한 시사를 지닌다. 환경 속의 인간 그리고 행위 주체(agents)로서 존재할 로봇 등의 인공물과 몸을 통하여 상호 작용하는 행위 현상 일반이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주요 분석대상이 된다면, 인지과학은 생체로서의 인간 및 동물 자체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공물, 특히 행위주체자로서 작동할 로봇과 같은 인공물, 인간의 몸이나 인지와 경계가 없는 그러한 미래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도 탐구하는 학문이 되리라 본다.

이에 따라 기존의 여러 사회과학, 공학이 다루는 역동적 상황들, 연구영역들이 인지과학의 영역으로 포섭,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 연구에서 로봇의 인지적, 정서적 반응, 로봇-로봇 상호작용, 로봇-인간 상호작용, 인간-로봇 매개-인간 상호작용 등의 영역이 인지과학의 영역이 되게 되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내연과 외연이 확장되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인접학문에 미친 영향

인접 학문에 대한 영향을 본다면, 먼저 인문학 분야에서, 이러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 학문인 철학이 존재론과 인식론의 전개에서 데카르트적 틀의 대안적 틀에 대하여 보다 수용적이고 많은 정교화 작업을 하며 인지과학의 체화된 마음 접근의 이론적 기초를 계속 가다듬어 주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언어학에서는 인간 언어의 바탕이 몸의 감각 운동적 활동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기존의 형식적 접근 중심을 수정하고 인지언어학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하리라 본다.

사회과학에서는 교육학, 사회복지학, 경제학, 법학, 정치학,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인류학 등에서 이러한 체화된 마음 측면이 고려된 인간행동-사회 현상의 이해 및 이론 틀의 재구성이 있어야 하며, 언어치료 등의 개인적 또는 사회적 집단의 인지나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실제 응용 장면에서 보다 효율적 실용적인 접근 틀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스포츠 교육 분야나 광고-마케팅 관련 분야도 이러한 재구성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 분야에서는 인간의 예술적 퍼포먼스와 관련하여 기존의 실제 예술적 퍼포먼스의 수행과 그에 대한 교육에서는 이미 이러한 체화적 마음의 입장이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반면 예술이론 작업 측면에서는 기존의 심리학 이론 틀의 미흡으로 인하여 실제 예술적 퍼포먼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이론이 전개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족함이 새 틀의 도입으로 보완되어야 하리라 본다.

마음 작동의 기본 원리

또한 체화된 마음의 내러티브적 측면, 즉 마음의 작동 기본 원리가 몸의 활동에 바탕을 둔 내러티브 구성이 중심이라는 인지내러톨로지 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한다면 기존 문학이론 분야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가 직접적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학문적, 실용적 연구 틀이 상당히 변화되어야 하리라 본다.

사실 체화적 접근이 부각되게 된 직접적 영향의 하나는 MIT의 로보틱스 연구자인 R. Brooks 교수와 같은 공학자들이 이 관점의 중요성을 깨닫고 발상의 전환 필요성을 주장한 감각-운동 중심의 인간의 심적 활동에 있다면 기존의 디지털 기계/도구 및 환경 디자인(공학 포함)의 틀이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뇌 연구 결과의 의의에 대하여 과장된 맹신을 일반인에게 부추겨 온 뇌지상주의적 오해가 수정되어야 한다. 뇌 연구의 제한점이 인식되어야 한다.뇌 연구가 앞으로도 인간 삶에서 계속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 과학적 설명의 한계를 인정하고 뇌 지상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마음은 곧 뇌이다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과학철학적, 심리철학적 논의가 과거에 오랫동안 지속하여온 이론적 바탕,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체화된 마음 관점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공학, 자연과학을 연결하는 융합 학문적인 중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공학 학자들이 다른 곳에서 융합적 주제를 찾아 연목구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체화된 인지 접근이 한국 내에서는 그리 빠르게 확산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 내의 기존의 과학기술의 개념은 구체적 물질 위주의 과학기술 개념으로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 한국인의 사고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구체성 위주(뇌와 같은 구체적, 물질적 대상의 연구를 강조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한국 내에서 인지과학을 수용한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미국에서 1950년대 말에 인지과학의 틀이 형성되었고, 1970년대에 과학 관련 기관이나 재단들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1980년대 초기에 대학 학부에서 인지과학 학과가 생겨나고, 2003년에 미국과학재단에서 인지과학기술이 4대 핵심축으로 포함된 NBIC 미래 테크놀로지 틀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의 인지과학 수용 수준은 미약하다.

인지과학의 미래 새 틀의 이론적 내용과 테크놀로지적 응용 가능성에 대한 국내 수용과정의 진행이 느리더라도,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와 수용은 점차 가속화되리라 본다. 이러한 변화에는 자연계 현상과 인공현상 모두를 복잡계(Complex Systems)의 틀에서 보며, 인지현상을 하나의 자연계 시스템의 현상으로 간주하려는 접근이 한 주요 틀이 되리라 본다.